안녕하세요. 후추게임스튜디오 김서하입니다. 2주에 한 번 꼴로 개발일지를 작성하려 했는데 시간이 꽤 지났네요. 이번에는 저희 게임의 핵심 컴포넌트이자 다른 덱빌딩 게임에서 “카드”에 해당하는 동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동료와 주사위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는 <동료> 주사위를 굴려 ‘오오라’라는 자원을 만들며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시너지를 내는 동료들을 모아 팀을 꾸려 나만의 퍼즐을 푸는 덱을 만들어야 합니다. 각 동료는 6개의 면과 고유한 능력을 가진 입체적인 주사위 컴포넌트로 기존 덱빌딩 게임들의 카드보다는 하나의 컴포넌트에 담기는 동료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료 주사위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게 하기 위해 저희는 다음과 같은 규칙을 정하고 동료를 디자인했습니다.
- 각 동료 주사위는 한 번에 3종 이상의 면을 가지지 않는다.
- 고유 능력이 어려우면 면 구성이 간단하고 면 능력이 난이도가 있다면 고유 능력을 없애거나 단순하게 설정한다.
- 어지간하면 1번 던져보면 어떤 동료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 동료 설정과 메커니즘이 최대한 일치하도록 설계한다.
아직도 게임 내에서 가장 많은 실험과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파트가 동료이지만 역시 카드 풀이 재미있어야 카드게임이 재미 있듯, 동료 설계에 정성을 들이는 만큼 게임이 재밌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동료와 어족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의 우주에서 외계인들은 이제는 통일된 공용어를 쓰지만 원래 사용했던 모행성의 언어체계를 기준으로 분류됩니다. 인류처럼 음성 언어를 기반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보콜런>, 몸짓과 손짓으로 일종의 수화를 하는 <제스토>, 진동을 통해 서로 감정과 의사를 교환하는 <텍토로>, 냄새와 페로몬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오드라>, 그리고 아직 밝혀진게 많이 없지만 음식을 통해 서로 정보를 전달하는 <구스타티>가 바로 우주 지성체를 구성하는 5개 어족입니다.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테마는 “운”입니다. 단순히 운에 의존하는 게임을 넘어서 운과 확률에 대해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스스로가 운과 확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는지를 메커니즘에 녹여내고 싶었기에 각 어족도 운과 확률에 대한 고유한 관점을 갖도록 설계했습니다. 주사위에서 파생되는 여러 메커니즘들과 각 어족의 개성에 맞게 나누었습니다.
제스토
동전을 먼저 던지고 앞뒷면을 보고 고른다면 더 이상 확률에 기대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음성언어지만 고위 관직을 다 꿰찬 것은 동작언어를 다루는 어족 <제스토>입니다. 제스토에게 운은 그저 해석의 대상입니다. 제스토는 감정을 숨기고 결과를 바꾸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특화된 메커니즘은 “다시 굴림”과 “변화”로, 한정된 자원을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하기에 좋습니다. 팀이 너무 제어하기 어렵다면 제스토를 영입해 보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스토 디자인 특징
- 몸동작/손동작을 사용하여 소통하는 어족임을 강조
- 가늘고 긴 손가락, 다수의 팔을 강조한 외형
- 체형은 여리여리하고 길쭉한 편
구스타티
거대한 몸집과 단순하지만 믿을 만한 성격을 가진 <구스타티>는 변수를 차단하는 강력한 힘을 가졌습니다. 미각언어 사용 어족인 구스타티를 대표하는 메커니즘은 “이동”과 “대량 생산”입니다. 구스타티는 다른 주사위를 치우거나 대량의 자원을 만들어 어려운 요구 조건을 달성시킬 수 있는 듬직한 동료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구스타티를 설계할 때는 다른 어족보다 “밸류”에 집중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만약 팀이 항상 어려운 임무에 허덕이는 느낌이 든다면 구스타티를 영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구스타티 디자인 특징
- 맛을 보며 소통하는 어족임을 강조
- 음식이나 물체 생물체 등을 맛봐야 하므로 입이 크거나 많음
- 듬직하고 근육질인 편. 평균적으로 5개 어족 중 가장 거구에 속함
오드라
호르몬으로 소통하는 오드라는 5개 어족 중에서도 가장 개성 있는 이들입니다. 호르몬을 이용해 상대를 멋대로 분석하고 조종해대는 습성 탓에 같은 오드라끼리도, 설령 가족일지라도 서로를 경계하고 혐오하며 거리를 두고 살아갑니다. 여기서 기인하여, 오드라는 팀에 1명만 있을 때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2명 이상 공존하게 되는 경우, 패널티가 발생하고 서로에게 마이너스 효과를 부여합니다.
오드라에게 운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입니다. 오드라의 강력한 능력들은 비단 다른 오드라를 못쓰는 것을 넘어 다른 동료들을 다치게 하거나 모든 일을 수포로 돌리는 패널티를 담보로 합니다. 오드라는 보콜런 다음으로 다양한 메커니즘을 다루지만 키워드는 “영향력(특히 넓은 범위의)”과 “패널티”입니다.
오드라 디자인 특징
- 냄새로 소통하는 어족임을 강조
- 코를 강조한 외형. 액체 혹은 기체 형태의 냄새를 풍기기도 함
- 체구는 보통
텍토로
진동을 통해 서로의 의사뿐 아니라 감정까지 공유하는 텍토로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어족입니다. 텍토로들은 작고 연약해 보일 때가 많지만 신경쓰는 만큼 보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텍토로에게 운은 보살피는 것입니다. 작은 습관이 큰 변화를 만드는 것처럼 기회는 작은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소홀히 하지 않는 자에게 돌아온다는 사고방식은 텍토로의 핵심 메커니즘인 “복귀”와 “반응”에서 드러납니다.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텍토로의 능력은 신경을 쓴 만큼 밸류를 창출해줍니다. 다른 어족들이 그렇듯 텍토로 역시 조건이 갖춰졌을 때 강한 힘을 발휘하며 장비 등 부가적인 강화 수단과도 잘 어울립니다.
텍토로 디자인 특징
- 진동으로 소통하는 어족
- 진동을 감지해야하므로 팔다리가 많고 짧음
- 다섯 어족 중 체구가 제일 작고 그나마 귀엽게 생긴 편
보콜런
지구의 인류와 마찬가지로 우주의 지성체들에게도 소리로 소통하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지성체들은 출신 행성 등에 따라 서로 언어는 다르지만 비슷한 발성 기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보콜런들은 뚜렷한 하나의 특징보다는 개개인의 개성이 강한 어족입니다. 사실상 위의 4개 어족에 속하지 못한 지성체들이 보편 언어 통역기를 달고 보콜런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기에, 보콜런으로 분류된 동료들은 서로 공통점을 찾기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표준 보콜런은 우주 지성체의 다수를 이루는 이들인 만큼 우주적 기준으로 보았을때 평범하기에 무난하게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곤 합니다.
보콜런 디자인 특징
- 인간처럼 소리로 소통
- 체형, 외형 모두 제한이나 규칙 없이 자유롭게 디자인
나가며
동료들은 각 어족별로 12명, 보콜런만 24명으로 총 72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구현되어 테스트에 포함된 동료는 50명 가량인데 역시 매번 새로운 동료들이 풀에 추가될때마다 테스트가 재밌어지는게 느껴집니다. 동료를 어떻게 조합하냐 따라 욕심 가득한 슈퍼랜덤팀부터 수도 없이 주사위를 던지는 저글링팀까지 다양한 형태의 팀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하려고 합니다. 지난 개발일지 이후 데모를 공개했었는데 많은분들이 플레이해주셨습니다. 데모빌드또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