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후추게임스튜디오 김서하입니다.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의 네 번째 개발 일지로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저희 튜토리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전작에서도 그렇고 이번 게임도 그렇고 제가 느끼는 기획적인 단점은 “동사”가 쉬운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리”고 “막”고 “피하”는 게임이 많은 이유는 그러한 동사들이 사람들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때문입니다. 이번 게임에서는 심지어 주사위를 “굴린다”라는 동사로부터 텍스트 게임스러운 상황에 따른 동사를 선택하는 과정까지가 이어져야 하는 게임이기에 튜토리얼의 중요성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발 초기부터 어차피 플레이어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재미도 전달하지 못한다는 마인드로 튜토리얼을 같이 개선해왔는데 그 과정을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정리하면서 보니 게임이 정말 많이 바뀌었음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ㄷ
개발 3개월
처음에는 게임의 형태가 가다듬어져 있지 않은 상태였어서 미니 1런 = 튜토리얼의 개념으로 플레이어에게 우리 게임을 이해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습니다. 퀄리티가 (당연하게도) 받쳐주지 못해 목표로 했던 BIC등은 떨어졌지만 이때 그래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이 나서 많이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다만 튜토리얼이 너무 긴 것 같았고,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오버레이나 디지털 UI의 사용을 크게 지양하기로 결정해 다음 튜토리얼은 미니멀하게 가보자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개발 6개월
이른바 “던져놓기”식 튜토리얼입니다. 퀘스트에 글자도 안들어간 퍼즐 미션 3개를 통해 주사위의 특성과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못 넘어가게 만들어 놓았는데 바로 큰 역풍이 불었습니다.
주변 플레이어들은 주사위를 던지는 법조차 학습하지 못했고, 저희는 패닉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개발 9개월
저희는 튜토리얼을 두 단계로 나누기로 결정했습니다. 초반부 세계관과 조작법, 퍼즐적 요소들을 설명할 “정거장” 튜토리얼과 노드 시스템과 동료 영입을 통한 다이스-빌딩을 설명할 “선실” 튜토를 설계했습니다. 단순히 단계를 나누는 걸 넘어서 사이에 컷신을 넣고 공간적으로도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은 지금 보면 정신나간 일이긴 했지만 그만큼 플레이어가 게임의 재밌는 부분까지 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골든 리트리버 “리버”는 외계인들에게 납치되어 정거장의 인큐베이터에 갇히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골든 레코드와 미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조작법을 학습하도록 미션을 디자인했습니다. 이후 시범 미션에 투입되어 원래 길이의 반 정도 되는 런을 통해 덱 빌딩과 미션을 수행해보게 됩니다.
이렇게 일단 더미 에셋으로나마 구현해두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기존 튜토리얼의 퍼즐적인 요소를 플레이어들이 너무 어려워했었고, 조작법을 학습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았기에 각 퀘스트들의 유형과 오오라에 대한 개념만 학습시키는 것을 목표로 디자인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만들어진 정거장 튜토리얼은 어떻게 보면 대충 던지다 보면 깨지는 그런 공간으로 설계되었고 그런 튜토리얼은 겪은 플레이어들은 본 선실로 들어와서 마주친 동료의 면과 능력 설명을 전혀 읽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튜토리얼은 플레이어가 앞으로 경험하게 될 게임에 대한 방향성도 같이 보여줘야 하는데 쉽게만 만든 정거장 튜토리얼을 겪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저희 게임은 “대충 던지다 보면 진행되는 스토리게임” 정도로 느껴진 것입니다. 물론 선실의 경험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플레이어들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이후 피드백 과정에서 게임의 숙련을 네 단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단계
- 규칙을 이해한 단계
- 게임의 승리조건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단계
- 자신의 성취와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계
이번 튜토를 만들면서 제가 1번과 2번을 구분하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막연히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게임이 있는가하면 저희가 만들고 있는 게임처럼 이해를 여러번 확인해야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현재
그래서 현재의 튜토가 나왔습니다. 친절하되 앞으로 할 경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튜토리얼을 깨는 게 목표가 아닌 앞으로 경험할 어려움들이 어떤 방식일지를 알려주는 미션들로 재구성했습니다. 주사위 능력을 읽지 않으면 발동하는 덫을 배치하였고, 아주 간단하지만 학습을 검증할 수 있는 묘수풀이 요소도 넣었습니다. 그런 요소들을 추가해 버닝비버에 참가했었는데(그래픽은 그대로 였지만) 의도한대로 플레이어들이 조금더 주사위의 효과에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그 이후에는 세계관의 전달또한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던것 같습니다. 연출과 컷신을 추가해 초반부 학습과정이 덜 지루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나가며
아쉽게도 튜토리얼에서 게임의 모든 메커니즘을 학습시킬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게임에 대한 완전한 이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튜토리얼이 끝나더라도 게임 전반에 걸쳐 플레이어의 경험 곡선을 매끄럽게 다듬어야할겁니다.
후추게임스튜디오가 5월에 PlayX4에 참가합니다! 전작때는 코로나로 PlayX4 행사가 취소되어 오프라인으로는 처음 참가하네요! 또 많은 피드백 받아 재밌는 게임으로 완성하겠습니다!